1. 서 론
악취는 감각적 작용(sensory process)과 인지적 작용 (cognitive process)을 통해 평가된다. 감각적 작용은 외 부 자극을 주관적인 경험과 지각으로 바꾸고 암호화된 감각으로 인식하는 과정이며, 인지적 작용은 암호화된 감각을 척도상의 점수로 전달하는 과정이다(Lim, 2011; Hong, 2016). 인간은 감각정보의 처리 과정에서 주변 환경 또는 사전 지식, 경험 등에 근거한 하향식 처리(top-down processing)를 통해 자극을 인지한다 (Lawless et al., 2000; Posner, 2012). 자극의 인지정도 는 맥락효과(contextual effect,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 중 정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따라 개인차 가 발생한다(Schifferstein, 1994).
냄새의 지각을 담당하는 후각은 물리적 작용과 함께 기대, 맥락, 내적 상태 등의 정서적 작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Wilson and Stevenson, 2006; Foley and Matlin, 2013).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악취평가법은 채취된 악취시료를 타인의 후각을 이용하여 일률적으 로 평가하고 있으며, 감각적 작용에 대한 방법론적 한 계를 가지고 있다(Suker et al., 2008; Yeon, et al, 2016). 특히, 많이 사용되는 직접관능법은 주관적 판단의 개입 과 냄새 순응, 피로 등이 결과의 객관성 확보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Han and Kim, 2015).
식품 또는 정신과학 등 자극에 대한 측정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크기추정법(Magnitude Estimation, ME)을 이용하여 반응의 크기를 표현하고 있다. 악취평가법에 서 사용되는 6단계악취강도표시법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ME는 외부자극에 대한 강도의 크기를 대 응되는 숫자나 직선의 길이로 추정하게 하는 방법이다. 자극의 강도를 비율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있 으나, 평가자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측정의 어려 움이 있으며 강약의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Hong, 2016).
Green et al. (1993)은 기존 크기척도법의 대안으로 라벨화된 크기척도법(Labeled Magnitude Scale, LMS) 을 고안하였다. LMS는 ME에서 적용하는 6단계 척도 (barely detectable; weak; moderate; strong; very strong; strong imaginable)를 로그 간격으로 배치하는 특징이 있다(Fig. 1). LMS는 ME와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 고, 도식화된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평가 수행이 수월하 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척도의 최상위 단계를 ‘상상 할 수 있는 가장 강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자극에 대한 주관적 기준, 즉 천장효과(ceiling effect: 척도의 최고점 이상으로 감지되어도 주어진 척도상에 평가해 야 하므로 최고점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없게 되는 현상) 를 피할 수 있다(Green et al., 1993; 1996). LMS의 이 론적 타당성은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자극의 척도를 표현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는 것으로 알 려져 있다(Diamond and Lawless, 2001; Schifferstein, 2012).
본 연구는 직접관능법에 의한 악취평가시 라벨화된 크기척도법의 적용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실시하 였다. 현행 악취공정시험법의 6단계악취강도 표시법과 의 비교 평가하여 판정원 인식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하였으며, 현행 6단계악취강도 표시법의 한계를 진단 하고자 하였다.
2. 실험방법
2.1. 평가자 선정
악취공정시험법의 판정요원 선정방법에 따라 100 ppm n-butanol (강도1)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고, 비염 이나 감기, 흡연과 같이 후각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 는 사람을 평가자로 선정하였다. 실험에 참가한 평가자 는 남성 12명, 여성 6명으로 총 18명이었으며, 평균나 이는 25.7세이었다. 신체 상태에 따라 후각능력에 이상 이 없는 평가자만이 실험에 참여하였다.
2.2. 실험 대상물질
악취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총 6개 자극물질(pyridine, ethanol, ethyl acetate, acetone, trimethylamine (TMA), β-phenylethyl alcohol (PEA))을 선정하였다. 모든 물질은 순도 99.5%이상의 용액으로 준비하였고 (Table 1), 선정된 물질은 Table 2와 같이 총 5단계의 농도로 희석하였다. PEA의 희석액은 유동파라핀, 나머 지 5가지 물질은 증류수를 사용하였다. 희석된 용액은 20 mL 유리용기(입구내경 1.7 mm)에 총 10 mL를 담아 직접관능실험에 사용하였다.
2.3. 평가 및 분석
선정된 평가자는 악취이론 및 실험방법에 관하여 사 전교육을 받은 후 실험에 참가하였다. 평가자는 약한 자극에서 강한 자극 순으로 단계적으로 자극물질에 노 출되어 평가자가 느낀 자극의 정도를 두 가지 척도로 각각 평가하였다. 세부 실험법은 악취공정시험기준의 악취강도 인식시험에 준하여 구성하였다. 6단계악취강 도표시법을 통해 얻은 값은 산술평균으로, LMS 값은 기하평균으로 분석하였으며, SPSS Statistics 20.0의 회 귀분석(Regression analysis) 및 Tukey사후분석(Tukey HSD post-hoc test)을 실시하였다.
3. 실험결과 및 고찰
3.1. 물질별 농도에 따른 악취강도 변화
Fig. 2는 6종 자극물질과 물질농도에 따라 인식되는 악취강도를 6단계표시법과 LMS법으로 각각 표기한 결과이다. 두 방법에서 물질의 로그농도와 악취강도 측 정값이 선형관계를 보였으며, 그 관계가 Weber-Fechner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LMS 가 6단계표시법과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 석할 수 있다. 하지만, TMA에 대한 6단계표시법은 천 장효과를 반영하지 못한 반면에 LMS는 그 효과를 반 영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Fig. 3은 6단계표시법과 LMS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다. 두 방법은 악취물질의 종류에 상관없이 비선형적 관계를 갖고 있다(R2=0.9725). 악취강도가 클수록 LMS에 비해 6단계표시법의 값이 변화하는 정도가 감 소하는 특징을 보였다. 6단계악취강도표시법은 등간척 도, LMS는 비율척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이 두 방법 간의 비선형적 관계를 보인 것으로 판 단되었다. 이러한 등간척도와 비율척도의 관계는 전기 적 자극을 실험한 Gibson and Tomko (1972)의 연구에 서도 확인된 바 있다.
3.2. 6단계악취강도표시법의 한계
악취물질의 농도가 높을수록 악취강도는 커지며, 인 간은 물질농도의 대수값에 비례한 강도를 인지하게 된 다. 6단계표시법을 이용하여 악취강도를 표기할 시 물 질농도가 높아지더라도 전 단계 농도에서 인지한 값과 동일하게 표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 우를 천장효과로 해석할 수 있으며, Fig. 2의 TMA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분명하게 관찰되었다. 따라서 등 간척도를 갖는 6단계표시법은 자극에 대한 심리적 반 응을 수량화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Fig. 2에서 볼 수 있듯이 6단계표시법은 농도 단계와 상관없이 동일한 강도값으로 표기되는 빈도가 매우 높 은 반면에 LMS는 그 빈도가 낮은 편이다. Fig. 4는 두 표시법의 이러한 특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Fig. 4의 x축은 물질농도단계(Table 2 참고)의 변화폭 이며, y축에는 서로 다른 물질농도단계에서 6단계표시 법으로 동일 수준으로 답한 평가자만을 대상으로 LMS 값의 변화정도를 나타내었다. 대다수의 평가자들은 6 단계표시법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하였지만, LMS 에서는 확연한 인지의 차이를 답하였다. 특히, TMS에 서 LMS는 물질농도의 변화에 따른 강도의 차를 분명 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실험에 참가한 평 가자가 악취강도가 달라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6단계 표시법을 이용할 경우에는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게 되 는 오류를 범하게 됨을 보여준다. 이 경우에 소수의 평 가자가 결과를 결정하게 되고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 다고 볼 수 있다.
3.3. LMS 적용가능성
Fig. 5에서는 통계적 방법을 이용하여 LMS의 악취 강도 표기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통계적 방법으 로는 Tukey 사후분석(Tukey HSD post-hoc test)을 이 용하였으며, 평가자의 물질농도별 표기값(기하평균)에 대해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를 평가하였다. Fig. 5에 물 질농도별 알파벳은 통계적 유사성을 보여주며, 동일한 문자일 경우에는 같은 그룹으로 다른 문자는 통계적으 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해석된다. 자극의 세기가 달라짐에도 평가결과에 분별력이 없다는 것은 평가자 가 상이한 악취강도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할 가능 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평가결과에 분별력이 있 다는 것은 척도 상에 다른 수준으로 표기할 가능성이 큼을 의미하며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본다.
Fig. 5의 막대그래프는 LMS의 기하평균값으로 보여 주며, 표기수준은 총 3개(a, b, c) 또는 4개(a, b, c, d) 의 그룹으로 구분되었다. 물질의 농도가 낮을 경우에는 표기수준의 통계적 유사성이 있었으나, 농도단계가 높 아질수록 표기수준의 통계적 차이가 분명하게 확인되 었다. 특히, 6단계표기법에서 TMS는 농도별 표기수준 의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Fig. 2 참고), LMS에서는 표 기수준이 3개 그룹으로 확연히 구분되었다.
4. 결 론
본 연구는 현행 악취공정시험법의 6단계 악취강도 표시법의 한계를 진단하고 새로운 악취강도 표시법을 제안하고자 실시되었다. 악취는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 에 의존하여 평가되는 특징이 있으며, 악취의 정도를 나타내는 악취강도 표기법은 이러한 특징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6단계악취강도표시법 은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객관화의 오류에 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표기수준 이 제한적이며, 악취강도가 클수록 객관적 표기가 어려 운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반해 LMS는 도식화된 평 가법으로서 기존 평가법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다양 한 강도의 표현이 가능하고, 천장효과가 감소되는 장점 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