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괘불탱은 불교에서 특별한 의식이 있을 때 사용하 는 대형 족자형 불화로, 직물 및 지류 등의 재료를 바 탕으로 하여 그 위에 안료를 이용해 채색을 하여 제 작한 회화 문화재이다(Lee, 2003). 괘불은 조선시대 불 화를 대표하며 총 110여점이 현전하고 있으며, 평소 에는 목재로 제작한 보관장인 궤에 말아서 보관하기 때문에 접하기가 쉽지 않은 대상이다(Lee et al., 2020). 또한 큰 무게와 크기, 보관 장소와 방식의 한계로 이 동에 제약이 있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보존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며, 이에 바탕재 섬유 손상, 안료 박리 ·박탈 등 다양한 손상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Kim et al., 2016;Lee et al., 2017). 이러한 손상 염려가 되는 회화 문화재의 각기 재료들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연구는 활 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오염과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목조 문화재로부터 분리 한 사례만 있을 뿐이다(Yoon et al., 2011;Hong et al., 2011;Kim et al., 2017).
국내 지정된 문화재는 목재, 섬유 및 지류 등과 같 은 재료로 제작된 유기질 문화재의 비중이 상당한 편 인데, 이들 중 일부는 사찰과 문중 또는 개인 소유자 가 관리하고 있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보존 관리가 부족할 시 열악한 보존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Hong et al., 2015). 또한 일반적으로 사찰 실내 전각들은 낮 동안에 출입문을 개방하여 방문객들의 출입이 가능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공기질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Hong et al., 2018). 따라서 미생물에 대한 보존관리를 위해서는 미생물에 의한 피해조사, 손상과정 및 방제 등의 실태조사 연구가 바탕이 되어 야 하며(Hong et al., 2011;Noh et al., 2021), 이를 토대 로 세부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미 생물은 오염과 손상의 원인이 될 뿐만이 아니라 일부 종의 경우 인체에 유해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기에, 문 화재에 가까이 밀착하여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보존 처리 수행원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리를 위해서는 미생물 정밀 조사 자료가 요구된다.
최근 문화재청과 성보문화재연구원은 민족의 문화 유산인 불교문화재 괘불탱을 소중히 보존하고 체계 적인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정밀조사를 수행하 고 있는데, 2021년에는 보물 안국사 영산회 괘불탱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CHA and RISCH, 2022).
2. 연구방법
2.1 조사 대상 및 시기
본 연구는 2021년 8월 전북 무주군에 있는 안국사 극락전 실내에서 보관중인 보물 안국사 영산회 괘불 탱과 불화를 보관하고 있는 궤를 대상으로 조사하였 다. 괘불탱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인 안국사 극락전 역 시 전라북도에서 지정한 유형문화재이며 해발 1,034 m의 적상산 분지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축물이다. 불 화는 승려화가인 의겸에 의해 1728년(조선 영조 4년) 에 제작되었으며 불화 자체만의 크기는 1,067.7 × 710 cm이고 삼베 재질의 바탕에 채색을 한 것이며, 궤 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나 역시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오래된 것이다.
괘불탱은 2003년 무주 반딧불축제 때 공개한 것 외 에는 2021년 조사 당시까지 불화 표면을 화면보호용 종이로 감싸서 둥글게 말려진 다음, 겉싸개 천으로 묶 어진 후 해당 장소 궤 안에 바닥면과 직접 닿지 않도 록 놓여져 있는 각목 받침 위에 올려지고 덮개로 동 봉된 상태로 계속 보관되어 있었다. 또한 2021년 3월 부터 12월까지의 안국사 극락전의 온·습도는 최고 온 도 26°C, 최저 온도 -2.3°C, 평균 온도 14.1°C, 그리고 최 고 습도 99%, 최저 습도 27%, 평균 습도 79%로 확인되 었다(CHA and RISCH, 2022).
2.2 괘불탱 표면 및 궤의 미생물 수집 및 순수분리
괘불탱과 보관함인 궤의 크기가 둘 다 매우 크기 때 문에 구역을 나누어 멸균된 스왑을 이용해 각기 표면 으로부터 진균과 세균을 채집하였다. 채집 위치는 불 화의 경우 두루마리와 같이 말려진 불화를 펼쳤을 때 보여지는 그림의 표면 부위를, 궤는 외부 바닥면을 제 외한 내·외 표면부 전체를 대상으로 수행하였다(Fig. 1). 채집에 사용한 멸균 스왑은 수거하여 실험실로 운 반한 후 멸균액을 이용해 일정시간 반응시킨 후 교반 과 희석의 작업을 거쳐, 진균은 항생제 Chloramphenicol (C0378-25G, Sigma-Aldrich, USA)를 첨가한 Potato Dextrose Agar (PDA, BD, France), 세균은 항진균제 Cycloheximide (C01810-5G, Sigma-Aldrich, USA)를 첨가한 1/10로 희석된 Nutrient Agar (NA, BD, France) 의 각기 영양 배지에 100 ul씩 분주하고 도말하여 28°C 배양기에서 3 ~ 5일 동안 배양하였다. 배양된 미생물 은 집락의 형태학적 특징을 관찰하여 순수분리하였다.
2.3 분자생물학적 동정
순수 분리된 미생물의 분자생물학적 동정을 위해 서 진균은 DNeasy Plant mini Kit(QIAgen, German)를 사용하여 얻은 시료를, 세균은 배양 배지에서 키운 2 ~ 3개의 집락을 채취하여 50 ul 멸균수에 풀어 균질화한 후 95°C에서 10분간 처리하여 획득한 시료를 주형으 로 이용하였다. PCR에 사용한 primer는 진균은 ITS1 (5'-TCCGTAGGTGAACCTGCG-3’) / ITS4 (5'-TCCT CCGCTTATTGATATGC- 3’)(White et al., 1990), BT12 (5'-GTTGTCAATGCAGAAGGTCTC-3’) / T10 (5'- ACGATAGGTTCACCTCCAGAC-3')(Kim et al., 1999), cmd5 (5’-CCGAGTACAAGGAGGCCTTC-3’) / cmd6 (5’-CCGATAGAGGTCATAACGTGG-3')(Hong et al., 2006)을, 세균은 27F (5’-AGA GTT TGA TCC TGG CTC AG-3’)(Lane, 1991) / 1492R (5’-GGT TAC CTT GTT ACG ACT T-3’)(Turner et al., 1999) 의 프라이머 를 사용하여 각기 조건의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으로 증폭하였다. 증폭된 DNA 산 물은 Exonuclease I (EN0581, Thermo scientific, USA) 과 Shrimp Alkaline Phosphatase (2660A, Takara, JAPAN)를 첨가 후 PCR 반응(37°C, 30 min / 80°C, 15 min)을 진행하는 ExoSAP-IT 방법을 이용해 정제하고 바이오닉스 (Daejeon, Korea)에 의뢰하여 DNA 염기서 열을 분석하였다. 분석된 결과는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NCBI) 사이트(https:// www.ncbi.nlm.nih.gov/)의 BLAST 프로그램과 EzBio Cloud 사이트 (http://ezbiocloud.net)의 프로그램 데이 터베이스를 활용하여 분자생물학적 동정을 수행하였다.
2.4 분리 동정 미생물의 유해성 분석
미생물 유해성 분석은 동정된 균이 회화 문화재의 재료들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cellulose 분 해 효소인 cellulase의 활성 여부와 인체의 건강에 영 향을 끼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문헌 정보 조사를 수 행하여 정리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괘불탱 표면 분석 결과
안국사 영산회 괘불탱의 불화 표면 미생물 조사 결 과 총 진균 14 개와 세균 1 개를 분리하였으며, 이들 중 진균 1 속 3 종(Aspergillus protuberus, A. ruber, A. versicolor), 세균 1 종(Peribacillus gossypii)이 동정되었 다(Table 1, 2). 불화 도면 전 구역에서 확인된 진균은 모두 Aspergillus 속인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그 중에 11 개가 A. protuberus 였으며 분포 역시 대부분의 구역에 서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도면 전체에서 서식하는 진 균들 중에 우점종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cellulase 를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문화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미생물로는 진균인 A. protuberus 와 A. versicolor 두 종이 있었으며, A. protuberus 는 또 한 인체에 유해성을 끼칠 가능성도 함유하고 있다 (Benndorf et al., 2008;Yadav et al., 2017;Ahn et al., 2018;Mohammad and Ariffin, 2020).
3.2 궤 표면 분석 결과
괘불궤의 내·외부 표면 미생물 조사 결과 총 진균 23 개와 세균 26 개를 분리하였으며, 이들 중 진균 5 속 11 종과 세균 8 속 12 종이 동정되었다(Table 3, 4). 궤 는 구성된 재료 대부분이 목재로 되어 있을 뿐만이 아 니라 공기와 직접 닿을 수 있는 환경에 위치해 있으 므로 괘불탱보다 다양한 미생물이 확인된 것으로 보 여진다.
분리된 미생물들 중에는 진균 3속 4종(Alternaria alternata, Aspergillus sydowii, A. versicolor, Penicillium citreonigrum)과 세균 4속 5종(Bacillus zhangzhouensis, Microbacterium hydrothermale, Priestia aryabhattai, P. megaterium, Streptomyces spiroverticillatus)이 cellulase 활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화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Kurchenko et al., 2008;Abou-Dobara and Omar, 2014;Zhang et al., 2014;Levinskaitė, 2018;Kalbarczyk et al., 2018;Mohammad and Ariffin, 2020;Pandiarajan and Revathy, 2020;Ruginescu et al., 2018). 또한 인체에 유해성이 존 재할 가능성 있는 미생물로는 진균 1 속 2 종(Alternaria alternata, A. versicolor)이 있었다(Benndorf et al., 2008;Gabriel et al., 2016). 그리고 세균은 Bacillus zhangzhouensis, Streptomyces spiroverticillatus를 제외한 모든 종의 궤 내부에서 생육이 확인되었다. 일반 환 경에서 존재하는 세균 중 cellulose를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 세균 종은 곰팡이에 비하여 극히 적은 편으로 알 려져 있으나(Kim et al., 2021), 문헌 조사를 통해 본 연 구 대상인 궤에서는 확인된 세균 총 12종 중에 5종이 cellulase를 분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균이 자라 는 범위가 넓지 않아 실제로 궤의 손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되지는 않으나 많은 종의 생육이 확 인되므로 주의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3.3 문화재와 보존 환경과의 연관성
괘불탱에서 미생물이 확인된 상세 구역들은 불화 의 중심부를 제외한 가장자리 구역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Fig. 1). 또한 괘불탱과 궤의 두 곳 모두에 서 동일하게 조사된 미생물은 진균인 Aspergillus 속 3 종(A. protuberus, A. ruber, A. versicolor)인 것으로 조 사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궤가 외부 공기와 완 전히 차단되도록 제작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유입되어 온 실내 미생물이 궤 안에서 말 아져서 보관중이던 문화재와 접하여 생장했을 가능 성이 시사된다. 그리고 괘불탱 표면 일부에서는 실제 미생물 채집 당시에도 얼룩덜룩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해당 흔적이 본 연구로 인해 동정된 Aspergillus 속 진균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CHA and RISCH (2022)에 의하면, 조사 당시 에 육안으로 괘불탱 뿐만이 아니라 겉싸개와 화면보 호용 종이 일부에도 곰팡이가 얼룩덜룩 피어있는 것 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사찰이라는 환경은 방문객들 이 쉽게 드나들기 위해 출입문이 자주 개방되어 있는 편인데, 특히 안국사의 경우는 위치가 산일뿐만 아니 라 인근에 적상호란 이름의 큰 호수가 위치하고 있어 이로 인하여 습한 환경이 조성되기 쉬운 환경이다. 이 러한 조건들이 Aspergillus 속 진균이 잘 퍼질 수 있는 실내 환경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궤에서 조사된 Aspergillus 속은 각 종마다 상세 확인 된 구역에 차이는 있지만 궤의 내부 모든 구역에서 존 재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나머지 진균 4 속은 모두 궤의 외부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확인되어 내부로는 침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목조로 구성된 문화재 보관처의 공기 중에서 주로 분리되는 진균은 Alternaria, Aspergillus, Cladosporium, Penicillium 속이 라는 연구 결과와 일부가 일치하였다(Hong et al., 2019).
이와 같이 문화재인 괘불탱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인 보존을 위해서는 사찰 실내 환경에 주의해야 함과 동시에 미생물의 특성상 한 번 오염되면 범위가 빠르 고 넓게 퍼질 염려가 있으므로 농도가 증가하지 않도 록 집중 관리할 필요성이 사료된다. 본 연구 결과는 차후 문화재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보관 환경을 위한 보존 관리 연구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결 론
사찰이라는 특수한 실내 환경에서 보관하는 회화 문화재 괘불탱은 다른 문화재에 비해 환경적인 요인 에 의한 오염 및 손상의 위험성이 크다. 2021 년 8 월 전북 무주군에 있는 안국사 극락전에서 보관하고 있 는 보물 안국사 영산회 괘불탱과 궤를 조사한 결과 불 화 표면에서는 진균 1 속 3 종과 세균 1 종, 괘불궤에 서는 진균 5 속 11 종과 세균 8 속 12 종의 미생물이 동 정되었다. 이들 중에 괘불탱과 궤 모두에서는 동일한 진균인 Aspergillus 속 3 종이 확인되어 궤 외부의 실내 공기 중 부유 진균으로부터 유입되어 퍼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정된 미생물 중 문화재 의 손상을 야기시킬 수 있는 종으로는 괘불탱에서 진 균 1 속 2 종이, 궤에서는 진균 3속 4 종, 세균 4 속 5 종 이 확인되었다. 또한 인체 유해성을 야기시킬 수 있 는 종으로는 괘불탱에서는 진균 1 종, 궤에서는 진균 1 속 2 종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 결과는 차후 보존 관 리에 유의해야 할 근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