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정부기관인 국가기록원은 주요 국가기록물을 수집· 보존·관리하는 국가의 기록관리 중추기관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공공기록물, 해외기록물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기록물을 소장하여 보존하고 있다. 소장된 기록물 중에는 문화적, 역사적으로 입증된 가치를 지닌 기록물이 있으며 이중 종이 재질의 일반 문서류가 8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Noh et al., 2021). 성남에 위치한 나라기록관은 국가기록원 중에서 수도권·세종·강원 권역의 중요 기록 및 시청각, 행정박물 기록 등의 기록물을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다. 기록물 보존 업무 이외에도 영구기록물 관리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2009년 현장체험학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전시, 열람, 문화행사, 체험학습장 등의 활동을 통해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기록문화를 확산시키기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기록물의 대부분은 종이류이다. 종이류 기록물은 식물 유래 재질을 이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과 같은 단단한 특성을 보이는 구성 성분이 존재한다. 이러한 유기물 구성 성분은 미생물에 의해 생물학적 손상을 입기 쉽다 (Kim et al., 2018). 미생물들이 나타내는 생리적 작용에 따라 분비물 또는 대사물질이 종이 기록물에 얼룩이나 색소 침착을 일으켜서 손상된 부분의 원상 복원이 어렵게 될 수 있다 (Kim et al., 1998). 특히 다양한 산도에서 생육이 가능한 곰팡이에 의한 피해는 산성 제지로 만들어진 종이기록물에서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Hwang et al., 2001). 종이 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관리를 위해서는 소장 시설의 실내환경에서 발생하는 미생물에 의한 손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생물은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갖춰지면 유기물이 있는 곳에서 잘 자랄 수 있다. 특히 공기 중에 부유하여 기류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미생물의 경우 기록물 보존서고내에서 널리 퍼질 수 있고 서고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유 미생물은 먼지와 함께 서고의 기록물이나 책장 선반 등에 가라앉아 있다가 습도와 온도가 높아지면 번식해 기록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기록물의 피해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방을 위해 기록관 보관 서고의 부유 미생물 오염도 조사가 이루어졌다 (Kim et al., 2021a;Kim et al., 2022;Noh et al., 2021). 조사 결과 국가기 록원의 실내공기에서 종이 기록물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균과 진균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결과에 더하여, 보존 서고의 책장 상단에 존재하는 먼지에서 미생물의 농도와 분리된 종을 분석하여 기록물 관리에 필요한 추가적 정보를 얻고자 수행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먼지 시료 채집 및 미생물 배양
실내환경 먼지 채집은 2019년 5월에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의 미소독 서고를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1층 2곳, 2층 1곳, 5층 1곳, 6층 1 곳을 각각 임으로 선정하였고 이들을 서고는 NB101, NF105, NF210, NF501, NF603이었다. 선택된 5개 서고에 위치한 선반 먼지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알기 위해 10 cm × 10 cm 범위에 존재하는 먼지를 살균된 면봉으로 문질러 채집하였다 (Fig. 1). 채집 면봉은 즉시 50 mL 멸균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10 mL 멸균된 증류수에 잠기도록 넣고 뚜껑을 닫았다. 채집된 먼지 시료는 저온 아이스박스에 담아 실험실로 가져온 후 상온 에서 24시간 방치하였다. 볼텍스 믹서를 통해 튜브를 흔들어 준 후 면봉을 제거하고 면봉이 들어있던 멸균 수 100 μL를 곰팡이 분석을 위한 DG18 배지 및 항진 균제 베노밀을 100 ppm 농도로 포함하고 있는 세균용 Tryptone Soya Agar (TSA) (BD, USA) 배지에 각각 3번 반복하여 도말하였다 (Kim et al., 2021a;Kim et al., 2022;Noh et al., 2021). 세균 배양은 25°C incubator에서 3일간 이루어졌고 곰팡이는 7일 배양하여 자라나온 집락을 계수한 뒤 면봉으로 채취한 표면적을 고려하여 단위 면적 당 집락수 CFU/m2를 구하였다.
2.2 미생물 분리 관찰 및 동정
미생물 종 분석을 위해서 가장 먼저 TSA 및 DG18 배지에서 자라나온 집락을 새로운 배지에 순수분리하였다. 미세구조 형태 및 색소 형성여부는 슬라이드 글라스에 멸균 증류수 10 μL를 점적한 후 순수분리한 미 생물의 일부를 따서 풀어주고 커버 글라스로 덮은 후 광학현미경 (BX53, Olympus, Tokyo, Japan)을 사용하여 관찰하였다. 종분석을 위해서는 앞선 연구에서 사용하였던 세균 및 곰팡이 동정 방법에 따라 균을 키우고 DNA를 분리한 후 PCR을 수행하여 분류에 사용된 마커 유전자를 증폭하였다 (Kim et al., 2021a;Kim et al., 2022;Chi et al., 2023).
순수분리 된 세균은 universal primer인 27F와 1491R를 Accupower PCR PreMix & master Mix (Bioneer Co. Daejeon, Korea)를 이용하여 16S rDNA를 증폭 하였다 (Ahn et al., 2017). 곰팡이는 ITS region, Tef- 1α gene, β-tubulin gene, calmodulin gene 등의 염기 서열을 각각 universal primer set를 사용하여 증폭하였다(Chi et al., 2023). 증폭된 PCR 증폭산물은 마크로 젠(Macrogen Corp., Seoul, Korea)에 분석을 의뢰하여 각 부위에 대한 염기서열을 확보하였다. 확보된 염기서열을 BLAST (Basic Local Alignment Sequence Tool)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NCBI (National Center of Biotechnology Information)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 염기서열들과 유사도 검색을 진행하였다. 세균의 16S rDNA의 염기서열은 EaZytaxon (https://www. ezbiocloud.net) 사이트에서 type species들의 16S rDNA 서열과 비교 분석을 수행하여 상동성이 99% 이상인 기준으로 분자유전학적 종 동정을 수행하였다. 곰팡이의 경우는 결정된 염기서열을 미국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http://www. ncbi.nlm.nih.gov)에 있는 BLAST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NCBI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 곰팡이들의 ITS rDNA region Tef-1α gene, β-tubulin gene, calmodulin gene 서열과 상동성을 비교하였다. 형태적 특성과 분자적 종 동정분석 결과를 통합하여 최종적으로 종 동정을 수행하였다. 종이 결정된 미생물에 대해 문헌 조사를 수행하여 종이 재질 분해에 관련하는 셀룰로오스 분해 효소 분비능력과 더불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종인지 등을 파악하였다. 문헌 조사는 NDSL (National Digital Science Library), 구글 학술검색(https://scholar. google.co.kr/schhp?hl=ko) 데이터베이스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Kim et al., 2021a;Kim et al., 2022).
3. 결과 및 고찰
3.1 미소독 보존서고 내 먼지 내 미생물 농도 분석
미소독 보존서고 내 기록물 보존 책장 상면 먼지에서 미생물을 분리한 결과 세균은 평균 농도는 495 CFU/100 cm2 이며 NF105에서 1,730 CFU/100 cm2으로 가장 높았다(Table 1). 1층의 NF101, 2층의 NF105, 5층의 NF603 서고의 책장 상면에서는 6 CFU/100 cm2 수준으로서 세균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곰팡이의 경우는 평균 495 CFU/100 cm2 이었으며 NF603에서 1,660 CFU/100 cm2으로 가장 높았다. 2층 서고에서는 곰팡이가 검출되지 않았다. 먼지를 조사한 당일 5개 서고의 평균 기온은 21.62°C 로서 대체적으로 국가기록원 종이 기록물 보존환경 기준 온도인 18~22°C의 기준에 맞게 존재하여 미생물이 크게 생장하는 온도는 아니었다. 더불어 습도 또한 평균 48.62%로서 국가기록원 종이 기록물 보존환경 기준 습도인 40~55%의 기준치를 유지하는 범위에 있었다 (Noh et al., 2021). 이는 나라기록관의 물리적 환경 유지 상태는 외부 온도와 습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잘 설계되었고 잘 가동중임을 보여준다. 더불어 미생물이 빠르게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님을 보여준다. 따라서 서고의 선반에 쌓여 있던 먼지에서 세균이나 곰팡이의 농도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정기적인 청소만으로도 충분히 서고의 선반 먼지는 잘 관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3.2 미소독 보존서고 먼지에서 순수분리 된 미생물 동정
미소독 보존서고 선반 먼지에서 세균 20 균주(Fig. 2), 진균 17 균주(Fig. 3)를 분리하였다. 이중에 종이 보존기록물에 오염될 경우 기록물에 변색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특성으로서 색을 띠는 균주들이 분리되었다. 세균의 경우 주로 회색과 흰색 집락을 형성하였지만, 분홍색 또는 노란색의 집락을 형성하는 균주도 존재하였다. 따라서 색소를 형성하는 세균 또는 곰팡이가 보존 서고 내의 먼지에 존재하다 보존물에 오염되어 기록물에 변색을 유발할 가능성이 존재하였다.
미생물 동정 결과 세균은 총 5속 11종, 진균은 총 5속 8종으로 동정되었다 (Table 2). 분리된 세균 중 우점을 차지하는 속은 Basillus였다. 그러나 셀룰로오스 분해균은 없었다. 서고 먼지에서 분리된 세균의 대부분 종은 기존에 보고된 서고의 공기중에도 존재하였다 (Kim et al. 2021a). 인체유해균으로 균혈증(Han and Tarrand, 2004), 골수염(Sugarman and Clarridge, 1982), 결막염(LaCroce et al., 2019)을 유발할 수 있는 Moraxella osloensis 및 균혈증(Joron et al., 2019)을 유발할 수 있는 Dermacoccus nishinomiyaensis 이 검출되었다.
진균의 경우는 세균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공기중 부유 진균과 먼지에는 공통적 요소도 있었지만 세균보다는 겹치는 종이 적었다. 특이하게도 먼지에서 Aureobasidium, Naganishia, Rhodotorula 같은 효모성 진균이 분리된 점이다. 효모성 진균은 세균처럼 포자를 형상하여 공기중으로 부유시키지 않아도 반 혐기적 조건에서 번식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 바 이를 염두 해 두고 먼지를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셀룰로오스를 뛰어나게 분해하는 균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보통의 집안의 먼지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저온에 잘 견디는 Naganishia 및 Aureobasidium 그리고 염류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Cladosporium halotolerans 가 검출되어 서고 먼지의 특성이 일반 가정집 및 다중 이용시설의 먼지와는 다소 다른 성상을 보여줬다. 인체유해균으로는 피부에 감염하는 Naganishia diffluens (Kim et al., 2021b)가 2곳 서고에서 검출되었고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 기회감염균으로 피부, 눈 등에 감염하는 Aureobasidium melanogenum가 (Chen et al., 2016;Ziegler et al., 2019) 검출되었다.
4. 결 론
본 연구 결과로 볼 때 국가기록원의 기록물 관리 환경은 미생물 생육에 중요한 온습도가 상당히 잘 제어되어 관리되는 환경이기에 먼지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크게 증식할 환경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서고의 먼지에서는 세균과 진균의 오염도가 낮았다. 비록 색소 형성 균은 존재하였지만 셀룰로오스를 강하게 분해할 수 있는 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향후 기록물의 표면에서 조사가 수행되면 좀더 기록물 보존 서고의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