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사람들은 하루 중 90% 이상의 시간을 실내 공간에서 보내기 때문에 실내 공기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Khovalyg et al., 2020). 실내 공기 오염은 두통, 현기 증, 피로감, 눈·코·목 자극과 같은 건강 문제를 즉시 또는 장기적으로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실내 공기질 평가는 필수적이다(Arar et al., 2022;Semang and Razali, 2022).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 건축자재에 대한 오염물질의 방출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Yoon, 1998), 2004년 5월, ⸢다중이용시설등의 실내공 기질 관리법⸥이 공동주택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되었다(Kim et al., 2005).
실내 공기 오염문제는 새집증후군이라는 용어로 구체화되었고,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는 건축 마감재, 접착제, 페인트 등에서 방출되는 폼알데하이드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실내 공기질 문제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Yoo et al., 2006).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오염원을 제어하는 것이 비교적 쉽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Chen et al., 2024). 또한, 2010년 WHO에서 실내공기질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였는데 해당 지침에서 실내오염물질로 나프탈렌, 트리클로로에틸렌, 테트라클로로에틸렌, 폼알데하이드, VOC를 강조하였다(Saffell and Nehr, 2023). 이러한 국제적 기준과 국내의 문제로 인해 건축 자재의 오염물질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건축자 재에서 방출되는 유해 물질에 대한 파악과 자재 선정 및 시공 과정 관리가 중요해지는 실정이다(Lee et al., 2024).
특히 건축자재 중 페인트는 시공 편의성과 뛰어난 마감 효과와 동시에 높은 TVOC 방출량으로 인해 실내공 기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페인트는 크게 수성과 유성으로 분류된다. 수성페인트는 물에 쉽게 분산되거나 용해되는 도료이며 유성페인트는 유기용제를 용제 및 희석제로 사용하는 도료이다.
그러나 현행 소형방출챔버시험법은 페인트 시험의 경우 원액을 기준으로 방출량을 평가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성 향상을 위해 제조사 시방서에 따라 신나(Thinner)나 물과 같은 희석제를 첨가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표준 시험 조건과 실제 시공 환경의 차이는 오염물질 노출 위험을 과소 평가할 우려가 있다.
선행 연구들은 희석제 첨가에 따른 VOC 함량 변화(Jung et al., 2007) 및 희석제 혼합 비율에 따른 시너지 및 희석 효과의 복합 작용을 밝힌 바 있다(Liang et al., 2022). 하지만, 희석 비율에 따른 소형챔버의 실제 단위 면적당 방출량(Specific Emission Rate, SER)을 규명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유성 및 수성 페인트 10종을 대상으로 제조사 시방서에 따른 희석 비율을 적용하여 TVOC 및 HCHO 방출 특성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현행 시험법의 한계를 고찰하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2.1 대상 시료
본 연구에서는 시중 유통중인 실내마크 인증 페인트 10종(유성 8종, 수성 2종)을 선정하였다. 각 시료는 희석제를 첨가하지 않은 원액(이하 Org.)과 제조사 시방서에 따른 희석제 종류와 비율을 적용한 희석 시료(Dil.1, Dil.2)로 구분하여 시험편을 제작하였다. 모든 시험편은 지촉건조 확인 후 챔버에 투입하여 시험을 진행하였다. 상세 조건은 Table 1과 같다.
2.2 시험방법 및 분석조건
오염물질 방출량 평가는 20 L 소형방출챔버(Small Chamber)를 이용하였으며, 시험 장비에 대한 모식도는 Fig. 1에 나타내었다.
시험 조건은 온도(25 ± 1) °C, 상대습도(50 ± 5) %, 환기 횟수 0.5회/h로 설정하여 7일간 진행하였다. VOC 분석은 시험 시작 후 1일, 3일 7일차에 Tenax-TA 흡착관으로 포집하여 TD-GC/MS로 분석하였다. 폼알데하이드의 경우, 선행연구 Kim and Yoo (2009)의 결과를 고려하여 페인트의 HCHO 방출은 매우 낮거나 검출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 HCHO의 1일차 측정을 생략하고 3일, 7일차에 DNPH 카트리지로 포집하여 HPLC/UV로 분석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장비 및 상세 조건은 Table 2에 나타내었으며, 모든 분석은 실내공기질 공정시험기준의 정도관리(QA/QC) 절차를 준수하였다. 검출한계(MDL)는 TVOC 0.002 mg/m2·h, 폼알데하이드는 0.0006 mg/ m2·h이다.
소형챔버의 단위면적당 방출량(SERa) 계산은 GC/ MS 및 HPLC로 분석된 오염물질의 농도를 다음 식에 대입하여 계산하였다.
여기서,
-
SERa : 단위면적당 방출량(mg/m2·h)
-
Ct : 시간 t에서 소형방출시험챔버 내의 오염 물질의 농도(mg/m3)
-
A : 시험편의 표면적(m2)
-
n : 환기횟수(회/h)
-
V : 소형방출시험챔버의 부피(m3)
-
L : 시료부하율(m2/m3)
3. 결과 및 고찰
3.1 희석 비율에 따른 TVOC 방출 패턴 유형화
희석제 첨가에 따른 시험 결과를 그래프로 도식화하였으며, 각 색상은 Table 1의 희석 비율에 대응한다. 그래프 내 검은색 선은 원액(Org.), 빨간색 선은 희석 조건 1 (Dil.1), 파란색 선은 희석조건 2 (Dil.2)를 나타낸다. 시험 결과 희석제 첨가시 TVOC 방출량의 패턴은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유형화되었다.
그룹 1(초기억제 및 후기 역전형, P-1, P-2, P-5)은 니트로셀룰로스 및 알키드 수지 기반의 페인트에서는 희석 시 초기(24 h) 방출량이 원액보다 낮았으나, 3일 이후에는 오히려 원액보다 높은 방출량을 보이는 역전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희석제의 휘발이 도막 표면의 건조 속도 및 내부 용제 확산에 영향을 미쳐(Wicks and Jones, 2013), 초기 방출을 지연시키고 후기 방출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룹 1과 같이 희석한 시료에서 오히려 오염물질이 더 방출되어 실제 시험이 과소평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룹 2(지속적 감소형, P-3,P-4)는 에폭시 및 알키드 수지 기반의 페인트이며, 희석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TVOC 방출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그룹이다. 이 그룹은 희석제가 페인트의 VOC 총량의 물리적 희석 효과가 지배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3(영향 미미 및 소폭 증가형, P-7, P-8, P-9)는 아크릴계열 및 변성에폭시 페인트로, 희석제 첨가에 따른 TVOC 방출량 저감 효과가 없거나, P-7과 같이 24시간 방출량이 원액 대비 60% 증가하는 사례가 관찰되었다.
그룹4(대폭 감소형, P-6, P-10)는 물을 희석제로 사용하는 수성페인트로, 희석 비율이 증가할수록 TVOC 방출량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P-10 시료는 300% 희석 시 7일차 결과는 원액 대비 95%의 감소율을 보였다.
3.2 희석 비율에 따른 폼알데하이드 방출 특성
TVOC와 달리 폼알데하이드(HCHO) 방출량은 희석제 종류 및 비율에 따른 뚜렷한 경향성을 보이지 않았으며, 3일차와 7일차의 모든 시료는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 별표5<개정 2024.3.11.>의 기준치 0.02 mg/ m2·h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건축자재 중 페인트의 실제 시공 환경인 희석 조건을 반영하여, 희석제의 비율이 오염물질(TVOC, HCHO) 방출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소형방출 챔버법을 통해 정량적으로 규명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론 및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페인트의 희석은 TVOC 방출 거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며, 단순 희석 효과 외에 복합적인 방출 패턴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희석제 첨가에 따른 TVOC 방출 패턴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특히 니트로셀룰로스 및 알키드 수지 기반 페인트(Group 1) 의 경우, 희석제 첨가 시 초기(24시간) 방출량은 감소하였으나, 3일 이후부터는 오히려 원액보다 방출량이 증가하는 ‘역전 현상(Reversal Phenomenon)’이 관찰되었다. 이는 희석제의 휘발 과정이 도막 표면의 물성과 용제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방출을 유도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반면, 수성 페인트(Group 4)는 물 희석 비율이 증가할수록 TVOC 방출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둘째, 폼알데하이드(HCHO) 방출량은 희석제의 종류 및 비율에 따른 유의미한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시험군에서 HCHO 방출량은 희석 여부와 관계없이 법적 기준치(0.02 mg/m2·h)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는 HCHO의 주 발생원이 희석제보다는 페인트의 베이스 수지 자체에 기인함을 시사하며, 페인트 오염물질 관리 시 HCHO보다는 TVOC 및 개별 VOCs 관리에 집중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셋째, 현행 원액 기준의 평가 방법은 실제 거주 환경의 오염물질 노출 위험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본 연구 결과, 특정 유성 페인트는 희석 시 7일차 방출량이 원액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원액만을 평가하는 현행 ⸢실내공기질 공정시험기준⸥ 및 인증 제도가 실제 시공 후 입주자가 겪는 공기질 환경을 정확히 대변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페인트의 오염물질 방출 시험 시, 제조사 시방서에 명시된 희석 비율을 반영하도록 평가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10종의 페인트와 다양한 희석비에 따른 경향성을 규명하는 연구로 단일 챔버 실험(n=1)으로 수행되었으며, 방출 패턴의 경향성을 확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반복 실험을 수행하여 통계적 신뢰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희석 비율별 방출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내공기질 예측 모델링을 수행한다면, 실제 거주 환경에서의 정밀한 노출 평가와 실효성 있는 건축자재 관리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